
퇴직했는데 소득 없으면 연금저축 넣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세액공제를 못 받는데 굳이 복잡한 계좌를 열 필요가 있나 싶었죠. 그런데 제 주변 지인이 예금 이자와 배당만으로 연 1,200만 원 넘게 받다가 건보료 폭탄을 맞고 나서야, 연금저축과 IRP가 단순히 '세금 깎아주는 상품'이 아니라 '은퇴자의 재정 방패'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소득이 없어도 절세계좌를 써야 하는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건보료 방어: 금융소득 1천만 원 울타리 밖으로
일반 계좌에서 이자나 배당을 받으면 15.4%를 먼저 떼고 받습니다. 여기까진 누구나 아는 이야기죠.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퇴직 후 금융소득이 연 1천만 원을 넘으면 지역가입자 건보료 산정 기준에 그대로 잡힙니다. 예를 들어 금융소득 1,500만 원이 발생하면 세금 231만 원에 건보료 약 122만 원, 합쳐서 353만 원이 나갑니다. 수익의 거의 24%를 세금과 건보료로 내는 셈입니다. 2,500만 원을 넘기면 금융소득종합과세까지 들어가서 5월 종합소득세 신고 때 추가 세금이 또 나옵니다.
저는 실제로 지인이 3년 만기 예금을 한꺼번에 만기 받으면서 이자가 한 해에 몰려 2천만 원을 넘긴 경우를 봤습니다. 그 해 건보료가 두 배 가까이 올라 깜짝 놀라더군요.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 안에서 예금을 했다면 이자가 아무리 많이 나와도 당장 세금을 떼지 않고, 건보료 산정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나중에 연금으로 찾을 때 5.5%만 내면 됩니다. 70세 이후엔 4.4%, 80세 이상은 3.3%로 더 낮아지고요. 같은 예금을 어디서 하느냐에 따라 건보료와 세금 부담이 이렇게 달라집니다.
과세이연 효과: 15.4%를 5.5%로 미루는 힘
연금 계좌의 진짜 위력은 과세이연에 있습니다. 일반 계좌에서는 이자나 배당이 발생하면 즉시 15.4%를 떼고 받지만, 연금 계좌 안에서는 세금을 떼지 않고 그대로 재투자됩니다. 이 차이가 10년, 20년 쌓이면 복리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 예를 들어 연 500만 원 수익이 나면 일반 계좌에서는 77만 원을 떼고 423만 원만 받지만, 연금 계좌에서는 500만 원 전액이 다시 굴러갑니다. 그 77만 원이 또 수익을 내고, 그 수익도 세금 없이 계속 복리로 쌓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과세이연 효과가 세액공제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봅니다. 퇴직 후 소득이 없으면 세액공제는 못 받지만, 과세이연 혜택은 누구나 누릴 수 있습니다. 연금 계좌에 납부한 돈으로 예금을 하든 ETF를 사든, 그 안에서 나오는 모든 수익은 과세가 미뤄집니다. 60세에 시작해도 80세, 90세까지 30년 넘게 이 혜택이 지속됩니다. 연금을 받으면서도 남은 자금은 계속 운용되고, 그 수익도 계속 과세이연됩니다. 이건 은행 예금이나 일반 계좌에선 절대 누릴 수 없는 구조입니다.
연금저축 펀드는 나이, 소득 불문하고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IRP는 소득이 있을 때만 가입 가능합니다. 두 계좌 합쳐서 연 1,800만 원까지 납부할 수 있고, 그중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습니다. 소득이 없어서 세액공제를 못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세액공제받지 않은 원금은 나중에 세금 한 푼 안 떼고 찾으면 되고, 그 사이 발생한 수익만 5.5% 내면 됩니다. 세액공제받은 원금과 수익은 연금소득세로 5.5%를 내지만, 수령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습니다.
인출 유연성: 보험 아니라 내 통장입니다
연금 계좌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가 "돈이 묶이는 것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보험처럼 10년, 20년 정해진 대로 받아야 한다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닙니다. 연금저축이나 IRP는 증권사 계좌에서 운용하면 인출 방식이 매우 유연합니다. 계좌 가입 5년 경과하고 55세 이상이면 연금 개시가 가능한데, 퇴직금이 IRP에 들어가면 5년 조건은 사라지고 55세만 넘으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연금 개시 후에는 수령 한도 내에서 월 50만 원씩 찾다가 부족하면 60만 원으로 올릴 수도 있고, 당장 필요 없으면 수도꼭지 잠그듯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목돈이 필요하면 한도 내에서 한꺼번에 인출도 가능합니다. 세액공제 받지 않은 원금은 아예 한도 제한 없이 언제든 꺼낼 수 있습니다. 저는 실제로 지인이 연금 계좌에서 예금 만기 자금을 인출해 급한 의료비로 쓴 경우를 봤습니다. 세액공제 안 받은 원금이었기 때문에 세금도, 불이익도 전혀 없었습니다.
사망해도 배우자가 연금으로 승계받거나 일시금으로 상속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처럼 "종신 10년 보증" 이후 사망하면 못 받는 구조가 아닙니다. 연금 계좌 안의 돈은 끝까지 내 것이고, 내가 못 쓰면 가족이 이어받습니다. 이 정도 유연성이면 굳이 일반 계좌에 둘 이유가 없습니다. 예금만 하더라도 연금 계좌에서 하는 게 훨씬 유리합니다.
연금저축 보험을 들고 계시다면 증권사로 이전하십시오. 해지가 아니라 이전이라 세금 불이익 없이 적립금 그대로 넘어갑니다. 은행 연금저축이나 IRP도 마찬가지입니다. 증권사 앱에서 이전 신청하면 됩니다. 상품 라인업, 수수료, 실시간 ETF 거래 모두 증권사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복잡하다고 미루지 마시고, 창구 도움을 받아서라도 일단 시작하십시오. 알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퇴직 후에도, 소득 없어도, 연금 계좌는 여전히 강력한 절세 도구입니다. 세액공제는 보너스고, 진짜 핵심은 건보료 방어와 과세이연입니다. 금융소득 1천만 원 넘을까 봐 계산기 두드리며 이자 쪼개 받느라 고생하지 마시고, 연금 계좌 안에서 편하게 굴리십시오. 나중에 건보료 정책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걱정은, 그 걱정 때문에 지금 세금 더 내는 것보다 훨씬 비합리적입니다. 절세 계좌는 은퇴자의 방패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JZddfxuIgg